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서론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승마 경기장에서 한 선수가 울부짖으며 말을 몰았다. 독일 근대5종 대표선수 아니카 슐로이(Annika Zillekens)가 승마 경기에서 배정받은 말이 장애물 앞에서 점프를 거부하는 행동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펜싱과 수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슐로이는 채찍과 고삐를 사용해 말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감독이 달려와 “말을 더 강하게 채찍질하라”고 외치며 실제로 말의 엉덩이 쪽을 주먹으로 직접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최민우, 2021.08.19.). 이런 모습이 TV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그로 인해 감독은 도쿄올림픽 기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슐로이는 승마에서 0점 처리되면서 결국 최종 31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 사건은 100년 넘게 지속한 근대5종 경기에서 승마 종목을 제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근대5종은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때 도입됐는데, 적진에 포위된 기병 장교가 말을 타고 권총과 칼로 싸우고 수영과 달리기를 통해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스포츠로 담은 것이다(김창금, 2021.11.14.). 최근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2028년 LA올림픽부터 근대5종 5개 세부 종목에서 승마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선수와 지도자들은 승마가 빠지면 근대5종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훼손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김창금, 2021.11.14.).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유사한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올림픽에서만 세 번의 금메달을 차지했던 영국 승마 영웅 샬럿 뒤자르댕(Charlotte Dujardin)은 과거 말을 학대했던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제승마연맹(FEI)으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2024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뒤자르댕이 어린 승마 선수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말이 특정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1분 동안 24차례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국제동물권단체 PETA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승마 종목 특성상 말들의 무리한 훈련은 불가피하다며 올림픽 종목에서 승마를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김지숙, 2024.08.10.). PETA는 인간의 승리를 위해서 동물의 이익은 간과된다며 “올림픽은 인간의 운동 능력을 선보이는 자리인데 이를 위해 동물이 착취당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김지숙, 2024.08.10.). 또한, “말들은 금메달에 관심도 없고,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선택하지도 않았다”며 그저 폭력과 강압에 복종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김지숙, 2024.08.10.).

승마 경기는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124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오늘날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동물보호 여론이 강해지면서 승마 종목 자체의 올림픽 존속 여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말들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채찍질하거나, 발로 차거나,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일들이 대회뿐 아니라 훈련 과정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동물착취를 일삼는 올림픽 승마 종목의 퇴출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이유림, 2024. 08.02.). 특히 국내에서는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가 한 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주마 복지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다(고은경, 2024.07.26.).

시대가 변함에 따라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애완동물(pet animal)로 불리던 동물들을 이제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고쳐 부른다는 점만 봐도 동물을 보는 시각과 태도에 큰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애완(愛玩)이란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면,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고 명시돼 있다. 언뜻 보면 이와 같은 사전적 정의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인간의 기쁨이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동물이 갖는 지위를 엿볼 수 있다(김성한, 2018). 그러나 최근에는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반려(伴侶)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인간과 함께 살면서 친구가 되어 주는 동물, 즉 반려동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 추세다. 이러한 용어 사용의 변화에는 동물에 대한 존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동물도 인간과 같이 하나의 권리를 가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규범적 성찰이 투영되어 있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이 2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국민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류원용, 2024.04.26.). 2022년 8조5000억 원이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이 되면 21조 원으로 147.1%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염창현, 2024.11.11.).

하지만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이 스포츠에 사용되는 것에 관한 시각과 태도는 획일적이진 않다. 스포츠에서는 반려동물도 그저 동물일 따름이며, 그래서 인간이 동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진영도 있고, 인간의 유희를 위한 목적으로 동물을 스포츠에 사용하는 행위는 이제는 억제되어야 한다는 진영도 존재한다. 수 세기 동안 스포츠는 동물들을 활용해왔고, 또 우리 사회는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인간의 동물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지만, 경쟁 스포츠에서 동물을 사용하는 ‘사회적 허용’에 대한 문제는 일반사회 분야와는 다른 방식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스포츠계에서 동물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오늘날 동물에 대한 인식변화의 흐름에 비춰볼 때, 앞으로 더 많은 논쟁이 대두될 것이다. 경쟁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윤리적 방식과 그 타당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동물윤리의 대표적인 접근법인 동물권리론, 동물해방론, 덕론의 렌즈를 통해 경쟁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에 관한 물음을 다뤄봄으로써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을 위한 실천 가능한 윤리적 접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동물권리론, 동물해방론, 덕론이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 문제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주요 주장을 순서대로 살펴보고,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도덕적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도덕적 정당성에 관한 세 이론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각 관점의 이론적 한계와 실천적 함의를 밝히고, 덕론이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윤리적 논의를 위한 가장 유용한 접근법이 될 수 있음을 보이겠다. 끝으로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논증한 후, 동물 복지에 대한 오늘날의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그러한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 근거와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동물 권리론

의무론(Deontology)은 규칙에 기반을 둔 윤리이론이다. 따라서 규칙이 일단 설정되면 결과와 관계없이 그 규칙을 따르는 것이 윤리적이다. 의무론은 일반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포함한다. 누군가에게는 권리가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해당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다면 국가는 그 사람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허용할 의무가 있다. 즉, ‘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직면했을 때, 의무론에서 윤리적 행동은 그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규칙은, 누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규칙은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무론에서 규칙은 제한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의 말이 ‘인종이나 종교를 비하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제한을 둘 수 있다. 이러한 제한을 Beauchamp(2011)은 권리의 ‘구체화’라고 부르는데, 권리 혹은 의무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권이 구체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누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지만, 이 권리가 만들어내는 상처나 폭력으로부터 누구나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폭력이나 피해가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 우리가 갖는 두 가지 권리, 그리고 국가의 두 가지 의무 안에 모두 모순이 있는데, Beauchamp(2011)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 모두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호하도록 원래의 규칙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의무론에서 중요한 것은 규칙이 무엇이든 그것을 따르는 것이지만, 규칙이 권리나 다른 도덕적 고려와 충돌이 있는 경우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면,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일까?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철학자인 Tom Regan은 지각 있는 동물은 ‘삶의 주체(subject-of-a-life)’로 인식되며 고유한 가치와 그 가치를 보호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한다(Regan, 2004). 그는 이 권리를 상처 입거나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 타인에 의해 자유로운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을 권리로 정의하며, 이러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인간의 동물 사용은 인간에게 어떤 이익이 되든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Regan, 2004). 그는 칸트(Kant)의 어법에 따라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소유하고 있는 모든 존재는 타자를 위한 유용성과 무관하게 마땅히 정중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칸트는 동물은 자아에 대한 인식이 없는 존재이기에 동물 그 자체에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달리 말해, 칸트는 동물은 이성적 사유능력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인간과 같은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정결, 2021). 그러나 Regan(2004)은 오직 인간만이 삶의 주체인 것은 아니며, 동물 또한 인간과 동등한 혹은 그에 준하는 도덕적 지위를 가진 존재이기에 인간은 동물을 함부로 대해서 안 되는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Regan에게 ‘스포츠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라고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오’이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동물을 부상 위험, 심지어 사망 위험에 노출하고 그들의 자유 선택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Regan(2004)은 인간의 유희적 목적을 위해 동물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을 반대하는 가장 일반적인 논거 중 하나는 스포츠 참여가 필연적으로 동물의 부상 위험을 수반하다는 것이다. ‘인간 선수’는 그러한 부상의 위험을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하는 반면, ‘동물 선수’는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동물 권리론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스포츠 참여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되지만, 동물은 그저 인간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그렇지 않다. 달리 말해, 동물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때문에 강제적으로 스포츠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동물 해방론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판단하기 위해 이익과 해악의 균형에 의존한다. 공리주의적 분석의 목표는 최대 다수를 위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공리주의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순 행복’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공리주의는 일종의 ‘결과주의’인데, 해당 결정의 실행을 통해 예상되는 결과를 기반으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리주의가 지닌 난점 중 하나는 누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익이 충돌할 때 누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동물윤리에 관한 접근법은 동물의 쾌고감수능력에 대한 이해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지각(sentience)이란 감각적 정보를 주관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하여 이를 자기 나름대로 인식하는 작용을 말한다. 즉, 지각은 주관적으로 느끼고, 인지하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는데, 신체적, 심리적 측면에서 고통을 느끼는 능력도 포함한다(Campbell, 2016; Gruen, 2015). 공리주의 창시자인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은 도덕적 관점에서 동물에 대해 중요한 것은 동물이 말할 수 있는지, 사고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라고 주장한다. 공리주의자들 입장에서 볼 때, 동물은 지각 능력이 있는 존재이기에 그들이 경험하는 해(害)와 이로움은 고려될 필요가 있다.

공리주의 원리에 입각하여 동물 권리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는 Peter Singer인데, 그는 동물은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 동물의 이익은 인간의 이익과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김성한 역, 2012). Singer는 이것을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principle of equal consideration of interests)’이라고 부른다. 이는 인간의 이익을 동물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똑같은 무게로 고려하고 모두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Singer의 이러한 입장은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이라는 유명한 구호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우리가 인종이나 성(性)에 기반하여 누군가를 차별하면 안 되듯이, 단지 우리와 종(種)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김성한 역, 2012).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동물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공리주의적 분석을 위해서는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이로움은 무엇이고, 해로움은 무엇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스포츠에서 동물이 갖는 피해의 예로는 경기 중 발생하는 사망 혹은 심각한 부상, 장기간 마구간이나 우리에 갇히는 것, 장비의 오장착으로 인한 고통, 강압적인 훈련 방법, 반복적인 약물 사용, 운동 능력이나 기질 부적합으로 대회 출전 전 폐기되는 것, 은퇴 후 열악한 관리 등이 있다(Campbell, 2016; Kagan, 2019; Morris, 2018). 물론 이러한 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은 이로움도 가진다.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이 갖는 이익은 종종 간과되는데,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동물의 비싼 ‘몸값’은 동물이 ‘선수’ 경력 동안 수의사를 포함한 동물 전문가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과 세심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에 참여하는 대부분 동물은 고가의 체계적인 건강 관리 혜택을 누린다. 물론 생활스포츠 수준에서 경쟁하는 동물보다 엘리트스포츠 수준에서 경쟁하는 동물에게 훨씬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가령 올림픽 모든 승마 종목에 참여하는 말은 수의사의 특정 검사를 반드시 통과해야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에 출전 말들은 전담 수의사팀과 전문 관리자들의 체계적이고 예방적인 건강 관리를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말들을 위한 영양, 위생 등의 관리 시스템도 동물의 복지를 충족하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Blattner, 2020; Campbell, 2016, 2019). 스포츠에 사용되는 모든 동물이 항상 이러한 이점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동물은 확실히 그렇다.

동물 스포츠와 관련된 인간의 피해 역시 공리주의적 분석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승마와 관련하여 특히 그렇다. 승마 기수도 훈련과 경기 과정에서 부상과 사망의 위험에 노출된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욕구는 동물 선수뿐만 아니라 인간 선수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스포츠에 동물을 사용함으로써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다면적이지만 이를 정량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수치화할 수 있는 이익은 경제적 측면일 것이다. 말의 생산/판매, 승마산업, 경마산업 등을 포함한 전 세계 ‘말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무려 3,000억 달러(한화 418조 8,000억 원)에 달하며, 160만 개의 관련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Campbell, 2023). 세계 7위 수준인 한국 ‘말 산업’은 연간 3조 4천억 원 규모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약 2만 3천여 명의 취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이진우, 2020.09.17.).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 경마고객은 약 1,000만 명, 총 매출은 6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김대환, 2024.11.10.).

2022년 우리나라 청도에서는 총 1,254차례 소싸움 경기를 통해 매출 296억 원을 거뒀으며, 주말 하루 평균 1,650명이 방문해 청도 소싸움을 관람한 것으로 파악됐다(김건호, 2023.03.27.). 개와 관련된 스포츠 또한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는데, 호주의 그레이하운드 경주(Greyhound Racing)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2,686억 원의 직접적인 영향과 3,680억 원의 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을 창출했다(Campbell, 2023). 스포츠에서 동물을 사용함으로써 인간이 얻는 비경제적 이익은 덜 명백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스페인의 투우나 우리나라 청도 소싸움은 오랜 역사를 가진 하나의 문화축제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움, 자부심, 소속감 등을 제공하고, 재활승마의 경우 신체적, 정서적 건강상의 이점도 준다(이승훈, 2020).

전반적인 효용의 극대화가 목표인 공리주의 관점에서 볼 때, 한 이해관계자 그룹에 대한 이익은 최소화되고 다른 이해관계자 그룹에 대한 피해가 상당하다면 이때 취해야 할 윤리적 선택은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동물 해방론의 입장은 앞서 언급한 Regan의 동물 권리론 입장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지각 있는 동물이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갖는다고 전제한다(Frey, 2011). 그러나 지각이 있는 존재로서 동물의 이익은 고려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는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같아서가 아니라 인간의 미덕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고 동물의 복지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해야 하는 도덕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완구, 2020; Campbell, 2023; Foreman & Sailors, 2023; Hursthouse, 2011). 동물의 이익은 마땅히 고려될 권리가 있지만, 반드시 인간이 받는 만큼 동등한 고려를 받을 권리는 없다. 상황에 따라 인간의 이익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기에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때론 허용된다(김성한 역, 2012; Blattner, 2020; Frey, 2011). 이는 인간이 얻는 이익이 동물에 끼치는 해악보다 훨씬 클 경우, 인간이 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론

덕론(virtue theory)은 결과, 권리 혹은 의무보다 미덕과 악덕의 관점에서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옳고 그름에 관해 판단하도록 안내한다. 덕론은 지켜야 할 규칙이나 행동의 결과보다 행동을 수행하는 사람의 도덕적 기질을 강조하는 윤리이론이다. 미덕은 도덕적으로 선하고, 우리가 존경할만하거나 칭찬할만한 기질이지만 악덕은 우리가 후회하거나 개탄하는 기질이다.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은 미덕을 소유하고, 윤리적 결정에 직면했을 때 도덕적이고 가치 있는 행동을 선택한다. 덕론에서는 행위자의 의도가 중요한데, 유덕한 사람은 도덕적인 행동을 선택할 뿐 아니라 적절한 이유로 그런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누군가 그러한 행동을 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그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진정으로 믿기 때문이다. 덕 윤리의 난점은 각 사회와 문화마다 미덕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스포츠가 행해지는 사회마다 스포츠에서의 도덕적 행동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사회마다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기에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에 관한 윤리적 접근법도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덕론에서는 스포츠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미덕과 악덕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과 동물의 상호 작용이란 맥락에서 관련 미덕은 연민과 존중을 들 수 있다(Hursthouse, 2011). 덕 윤리의 일종인 ‘돌봄 윤리(care ethics)’는 타인을 배려하는 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돌봄 윤리에 따르면, 유덕한 사람은 동물에게 동정심을 보이고 적어도 동물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경우 동물의 요구와 그 요구를 충족해줘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느낀다(Engster, 2006). 동물에 대한 연민과 동물의 요구에 대한 존중이 우리 인간의 바람직한 기질이라고 믿는 사회에서는 동물에 대한 연민, 존중, 보살핌이 미덕으로 간주될 것이다. 하지만 덕론의 난점으로 지적한 것처럼 동물에 대해 연민을 갖고 동물의 요구를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모든 사회에서 유덕한 사람이 갖는 미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여기서 동물의 요구란 동물의 본질적 욕구와 관련된 것인데, 적합한 환경에서 살고, 적절한 음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고통이나 부상, 괴로움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Campbell, 2023; Gruen, 2015; Nussbaum, 2006). 덕론의 입장은 이러한 동물의 기본적 요구에 대해 연민, 존중, 돌봄을 미덕으로 정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고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거나 고통을 주도록 허용하는 것을 미덕에 어긋나며 잔인한 행위로 규정한다. 잔인함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에 해당하며, 동물에 대한 잔인함을 사회적, 법적으로 용납해서 안 된다는 것은 오늘날 대부분 사회에서 확립된 인식이다. 따라서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에 대해 덕론이 던질 수 있는 핵심 질문은, 의도적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거나 허용하는 것이 잔인함으로 정의된다면, 그리고 경쟁 스포츠 참여는 필연적으로 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면,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은 Mellor(2016)의 자유에 대한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Mellor(2016)는 ‘자유’는 절대적인 용어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평생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가능한 최대로 자유로운’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Mellor의 관점에서 볼 때, ‘스포츠에서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동물이 고통, 부상, 질병으로부터 ‘가능한 최대로’ 자유로워지고, 기본적 요구와 복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면,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이론적 정당화에 관한 비평

지금까지 ‘스포츠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동물윤리의 대표적인 세 가지 접근법인 동물권리론, 동물해방론, 덕론은 어떤 견해를 취하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인간이 어떤 목적으로든 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동물권리론 견해는 최근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유대와 상호 광범위한 혜택 측면을 전혀 수용하지 않기에 이 물음에 대한 이론적 접근법으로는 부적절해 보인다. 특히, 동물권리론에서 중심적 전제의 역할을 담당하는 본래적 가치는 지나치게 모호한 개념이며, 그 모호함은 이 용어가 맡은 중요한 역할의 수행을 부적절하게 만들어 구체적인 실천적 지침을 제공할 수 없게 한다(정결, 2021). Serpell(1991)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에게서 동물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마찬가지로 동물에게서 인간과의 상호 작용 기회를 아예 빼앗는 것 역시 양질의 보호와 양육의 기회를 동물로부터 뺏는 것이다. 동물 권리론은 동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생겨나는 긍정적인 복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묘하고 복합적인 맥락을 포함하는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기에 융통성 없이 엄격하고, 지나치게 절대주의적이다.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도덕성 문제를 동물 해방론 관점으로 접근하려면, 무엇보다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이익과 해악을 저울질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동물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인간의 이익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용인하고 있는 다른 분야에서의 동물 사용과 비교할 때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이는 고용 창출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수치로 명백히 나타난다. 또한, 동물 스포츠는 많은 사람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Frey, 2011). 그렇다면 이러한 이익을 굳이 동물 스포츠를 통해 얻어야 하느냐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전 세계 대다수 사람은 여전히 육식을 받아들인다. 육식은 동물이 도축된다는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동물에게 해를 끼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기를 계속 먹어야 할까? 건강상의 이유로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더 낫다(Campbell, 2023). 경쟁 스포츠에 굳이 동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듯, 육류 생산에도 굳이 동물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즐기며, 이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혜택을 누리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반려동물 없이도 유사한 건강상의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인간이 동물을 사용하는 특별한 방식이 아니다. 다른 목적의 동물 사용과 마찬가지로 도구적이다. 전문적인 의료, 건강한 음식, 쾌적한 쉼터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동물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려동물 또한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Mellor, 2015). 그러나 어쨌든 반려동물은 인간의 흥미, 안녕, 행복을 위해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가령 자연적인 상황에서 개는 무리를 지어 살며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애완견은 격리되어 방치되며, 다른 개와 함께 있어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능력이 상실된다(Morris, 2018). 이러한 해(害)는 인간이 동물을 애완용이라는 도구로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더욱이 동물은 먹히거나 스포츠에 이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반려동물이 되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동물을 사소하게 다루는 것이기에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논리적 결함이 있다. 인간이 동물을 사용하는 다른 많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소하고 그에 따른 해로움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것을 허용한다. 똑같이 사소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사용을 정당화하면서, 유독 스포츠에서만 동물 사용을 윤리적 근거로 반대하는 것은 일관성과 논리성이 결여된 지적이다.

동물 권리론 관점과 마찬가지로 동물 해방론은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갖기에 동물의 이익은 마땅히 고려될 자격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자격은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동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미덕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 우리는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인간의 도덕적 지위와 반드시 동등하다고 믿을 필요는 없다. 우리 행동의 결과로 동물이 겪을 수 있는 해악과 이익에 대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종(種)의 차이다. 왜냐하면, 동물과 달리 인간은 다른 종을 사용할 때 우리 행동의 도덕적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Frey, 2011; Nussbaum, 2006). 즉, 우리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고 동물의 요구와 복지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김완구, 2020; Campbell, 2023; Foreman & Sailors, 2023; Hursthouse, 2011). 동물의 이익이 고려될 권리가 있다는 것이 반드시 인간이 받는 만큼 동등한 고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스포츠에 동물 사용으로 인간이 얻는 득(得)이 동물에 끼치는 해(害)보다 클 경우,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윤리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적 허용에는 제약 조건이 있는데, 스포츠에 참여하는 동물의 복지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지 ‘혜택’을 최대화하려는 도덕적 의무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Morton(1993)은 ‘불필요하고 피할 수 있는 피해(unnecessary and avoidable harms)’라는 개념을 통해 불필요하게 유해한 수단을 피하면서 목적의 필요성을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orton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문제에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즉, 동물 사용에 있어 불필요하게 해로운 것들을 피함으로써 스포츠에 동물 사용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물 스포츠에서 ‘불필요한 피해’는 피할 수 있는 피해다. 피할 수 있는 피해는 감지할 수 있고, 구체화된 행동을 통해 완화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가령 말에게 고통을 주거나 고통을 줄 수 있는 기수 장비의 사용은 규제를 통해 완화 가능한 피할 수 있는 피해이다. 그럼 피할 수 없는 피해란 우리가 사전에 식별할 수 없거나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잠재적 피해다. 경기 도중 발생하는 말의 부상이 그 예이다.

Morton(1993)에 따르면,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고통은 ‘불필요한’ 고통이다. 피할 수 있었던 피해는 말 그대로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에 대한 피할 수 있는 피해를 줄여야 하는 도덕적 의무는 인간에게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피할 수 있는 피해가 피해지거나 완화될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그런 위험에 노출을 지속하도록 인간이 허용하는 것은 잔인한 행위이고, 그러한 잔인함은 악덕이기 때문이다. 만약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한 해악과 그 잠재적 위험을 모두 식별하고 줄인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스포츠에 동물의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 받아들여야만 하는 ‘불가피한’ 피해이다.

인간의 동물 사용과 관련하여 수반되는 어쩔 수 없는 피해, 즉 피할 수 없는 피해를 ‘우발적’ 피해라고 부르기도 한다(Campbell, 2023). 그렇다면 동물 스포츠에 ‘우발적 피해’가 존재한다면,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것인가? 군대에서의 지뢰 탐지견, 폭발물 탐지견, 반려동물, 실험용 동물 등 인간이 동물을 사용하는 많은 경우에 그 사용이 아예 없었으면 피해도 없었을 거라는 점에서 ‘불필요한’ 해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의 사용은 현재 대다수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이익이 때론 동물의 피해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도덕적 견해를 나타낸다(Frey, 2011). 일부 피할 수 없는 피해나 위험을 수반하는 활동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오늘날의 사회적 허용이 있는 한 스포츠에서의 동물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합당한 근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은 다른 많은 허용된 동물의 사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허용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분명한 윤리적 의무가 있다. 스포츠에 동물의 사용으로 인한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피해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윤리적 허용은 우리가 가져야 하는 윤리적 의무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 이 윤리적 의무는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피해를 능가할 수 있도록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 윤리적 의무는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이 고통, 부상, 질병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롭도록 보장하는 것을 포함하여 동물의 요구 및 복지 충족을 위해 유덕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피할 수 있는, 그리고 불필요한 위험에 동물을 노출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기에 피할 수 있는 위험을 식별하고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은 스포츠에서 동물의 윤리적 사용에 요구되는 핵심 사항이다.

결론

인간은 동물을 먹기 위해(식용), 키우기 위해(애완용), 실험을 위해(실험용), 경쟁을 위해(스포츠), 보고 즐기기 위해(동물원),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서 본고는 동물을 스포츠에 사용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과 관련된 주요 윤리적 이슈들을 살펴보고, 동물권리론, 동물해방론, 덕론의 접근법을 통해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윤리적 정당성을 검토해보았다. 우선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 ‘삶의 주체’로서 동물을 존중해야 한다는 동물 권리론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긍정적인 측면을 수용하지 않는 점과 동물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증명의 어려움이라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동물 해방론은 쾌고감수능력을 도덕적 지위의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의 이익과 해악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 즉,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이 어떤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스포츠에 참여하는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익과 해악을 정확히 측정하여 저울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덕론은 경쟁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이 정당화되려면 그 사용에는 동물의 복지를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한 제약을 두고 있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복지에는 동물의 생활에 적절한 조건뿐만 아니라 고통, 부상, 질병으로부터 ‘가능한 한 자유로움’이 포함된다. 앞선 두 이론과 달리 증명하기 어려운 내용에 호소하지 않고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번영을 옹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덕론이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윤리적 정당성을 논의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선호할만한 이론적 접근법이라고 생각된다.

동물보호를 위해 당장 육식을 중단하자는 주장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재질의 모든 물품사용을 금지하자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 주장일까? 우리가 동물보호나 환경보호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깊숙이 뿌리내린 문화나 제도, 그리고 익숙해져 버린 개개인의 습관이나 생활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찬구(2011)의 주장처럼, 가능한 동물을 소중히 대우하고, 가능한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실천일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에서 동물의 윤리적 사용을 위해서는 동물의 ‘좋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복지 효과를 최대화해야 하며,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한 위험을 식별하고 완화해야 하며, 스포츠에 사용되는 동물의 복지를 위한 규정 및 법률을 제정하고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현재 동물 스포츠 관련 규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동물 복지의 기준에 적절한지를 검토하고 개선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스포츠는 규제된 활동이고, 스포츠에 참여한다는 것은 해당 종목의 규칙을 수용함을 의미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비윤리적이다(Bloodworth & McNamee, 2017). 스포츠에서 동물의 사용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동물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과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며, 승리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유익하고, 동물의 안전과 복지가 보장될 수 있도록 윤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동물 스포츠 관련 규정 및 동물 복지법을 준수하는 것이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을 위한 기본적인 제약으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스포츠에서 동물 사용의 윤리적 정당성과 관련하여 동물윤리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여러 사안이 존재한다. 본 연구는 스포츠라는 상황적 맥락에서 동물의 사용과 관련된 일부 윤리적 쟁점과 도덕적 접근법만을 제시하고 있기에 이와 관련한 보다 심층적인 후속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이 스포츠 속 동물 사용의 윤리적 정당성을 다루는 심도 있는 연구들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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